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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문자로 AI를 부르고 등본도 뗀다 — 연말 나올 무료 ‘국민 AI’의 실체

korecult 읽는 시간 약 6분
한국인 어르신이 스마트폰 음성 기능으로 공공상담·의료·지역상점 서비스를 연결해 이용하는 모습
삽화=OpenAI 이미지 생성

“부모님 돌봄 지원 좀 찾아 줘.” 이 한마디에 AI가 조건을 따져 제도를 골라내고, 신청 창구까지 연결해 준다. 정부가 그리는 그림이다. 올해 안에, 그것도 무료로 나온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무엇을 대신해 주고, 무엇은 아직 장담할 수 없는지 하나씩 따져 본다.

2026년 8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모두의 AI’ 사업을 맡을 곳으로 SK텔레콤·카카오·KT 세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공모에 뛰어든 여섯 곳 가운데 절반만 살아남았다. 세 사업자에는 올해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 512장이 지원되고, 협약과 시험 서비스를 거쳐 연말까지 국민 앞에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일정이 함께 제시됐다.

정부가 그리는 서비스는 질문에 답만 하는 챗봇이 아니다. 지원제도를 찾아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비교·예약·연락까지 한 대화 안에서 이어 주는 ‘공공 AI 에이전트’를 지향한다. 계획대로 굴러간다면, 정보를 찾기 어려워 혜택을 놓치던 사람에게 이만한 물건이 없다. 다만 지금 손에 쥔 것은 선정 결과와 개발 계획뿐이다. 실제 화면도, 정확도도, 개인정보 처리 방식도 모두 시험 서비스에서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알려 주는’ AI에서 ‘대신 해 주는’ AI로

기존 챗봇은 “무슨 지원을 받을 수 있나”라고 물으면 관련 문서를 찾아 요약하는 데 강했다. 딱 거기까지다. 조건을 비교하고 서류를 챙겨 신청 단계까지 가려면, 결국 이용자가 여러 사이트를 다시 헤매야 했다. ‘모두의 AI’가 내세운 승부수는 바로 이 지점이다. 정보를 찾은 뒤의 ‘행동’까지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그중 가장 과감하다. 정부24·PASS와 연계해 주민등록표등본을 비롯한 증명서 83종을 발급받게 하고, 건강검진 결과를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한 뒤 병원 예약까지 연결하겠다고 한다. 예약 시스템이 없는 작은 가게라면? AI가 직접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를 걸어 예약을 잡는 방식까지 준비 중이다. 접근법은 저마다 다르다. SK텔레콤은 계획부터 실행·결과 확인까지 도맡는 ‘실행형’을,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KT는 검색·통신·미디어 채널과의 연결을 앞세웠다.

그러니 이것은 세 회사가 같은 답을 내놓는 하나의 ‘국가 챗봇’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門)과 무기를 든 세 서비스가 국민을 놓고 경쟁하는 판에 가깝다.

앱이 어렵다면 전화와 문자로

새 앱을 깔고, 계정을 만들고, 긴 질문을 타이핑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번거로운 절차다.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앱·웹뿐 아니라 전화·문자·메신저·IPTV 같은 익숙한 통로를 함께 연다는 점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앱 설치 없이 전화 한 통이나 문자 한 줄로 AI를 부르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으며, 10월 시험 서비스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통로가 많다고 곧 쓰기 쉬운 것은 아니다. 음성으로 주민등록번호나 소득 같은 민감 정보를 불러 줘야 하는가. 상담 도중 사람이 끼어들 수 있는가. 잘못 접수된 신청은 어디서 바로잡는가. 이런 물음에 함께 답이 설계돼야 한다. 어르신을 위한 서비스라면, 글자 크기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AI가 말귀를 잘못 알아들었을 때 되돌아가는 길’이다.

‘무료’라는 말에 숨은 계산서

정부는 국민이 비용도, 이용량 제한도 없이 쓰는 서비스를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는 세 사업자에게 GPU를 대 주고, 내년부터는 서비스 운영비를 정부 예산으로 떠받친다. 2027년 예산안에는 ‘전 국민 AI서비스 보편적 활용지원’ 명목으로 2,500억 원이 새로 편성됐다.

그러니 ‘무료’는 돈이 안 든다는 뜻이 아니다. 이용자가 건별 요금을 내지 않을 뿐, 구축·운영비의 상당 부분은 세금이 감당한다는 뜻이다. 예산안은 국회 심의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사업이 이어질수록 이용자 수, 실제 처리 건수, 민간 서비스와의 중복, 한 건 처리에 드는 비용을 국민 앞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 ‘편리한가’와 ‘세금값을 하는가’는 전혀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연말에 물어야 할 것은 ‘정답률’만이 아니다

서비스가 열리면 세 가지부터 확인해 보자. 첫째, 정부 원문과 다른 답을 내놓을 때 근거 문서와 기준일을 곧바로 보여 주는가. 둘째, 신청·예약·전화처럼 되돌리기 힘든 행동을 하기 전에 이용자에게 마지막 확인을 받는가. 셋째, 내 대화 내용과 개인 자료를 어느 기관·기업이, 얼마나 오래 쥐고 있는가.

‘모두의 AI’는 꽁꽁 숨은 공공 정보를 손쉽게 꺼내 주고, 복잡한 절차를 줄여 줄 힘을 품고 있다. 카카오 컨소시엄은 2030년까지 월간활성이용자 3,0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국민 절반이 넘는 규모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정말 쓸모 있는지는 모델 이름이나 GPU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놓친 혜택을 찾아 줬는지, 잘못된 처리를 손쉽게 고칠 수 있는지,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쓰이는지를 내가 이해할 수 있는지로 판가름 난다. 연말에 서비스가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너는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다. “어디까지 대신하며,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고 바로잡느냐”이다.

Q&A

Q. ‘모두의 AI’는 지금 바로 이용할 수 있나요?
A. 아직 아닙니다. SK텔레콤은 2026년 10월 시험 서비스를 목표로 제시했으며, 세 컨소시엄은 시험과 안전성 점검을 거쳐 연말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하나의 국가 챗봇이 만들어지는 것인가요?
A. 아닙니다. SK텔레콤·카카오·KT의 세 컨소시엄이 서로 다른 이용통로와 특화기능을 갖춘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구체적인 이용방식과 제공범위는 시험 서비스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모두의 AI’ 프로젝트 수행기관 선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2026년 업무보고 사전브리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2027년 예산안 주요 내용
매일경제 — 전화·증명서 발급·병원 예약 등 서비스 계획
한국경제 — 세 컨소시엄의 서비스 전략과 이용자 목표

korec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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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Operations Management 석사학위를 받았다. 발명가와 사업가로 활동하며 기술·생산·경영 현장을 경험했으며, 한국정신과학학회 창립에 참여해 총무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사와 동양사의 기존 해석을 사료와 여러 관련 자료에 근거해 재검토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식창고에서는 이러한 공학·경영 경험과 연구자의 관점을 바탕으로 AI와 정보기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글로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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