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평생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다. 젊어서는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 무렵 시장은 이미 대량생산과 대량판매가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었다. 비슷한 상품이 쏟아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어느 상품이든 이익을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나만의 독특한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돌파구를 새로운 상품의 발명에서 찾았다. 남보다 빨리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다른 사람이 아직 만들지 않은 가치를 만들어야 했다.
그때의 경험을 나는 AI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새로운 소식이면 좋은 글이 될 줄 알았다
처음 AI를 이용해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신선함’과 ‘최신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다른 사람이 아직 다루지 않은 소식을 빨리 찾아 소개하면 좋은 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외 기술 매체와 AI 소식지를 살피며 새로운 주제를 찾았다. 한 가지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보안, 반도체, 스마트폰, 산업, 교육, 건강 등으로 주제도 나누었다. 일정 기간에는 하루에 두 편씩 준비하여 매일 어김없이 공개했다.
글을 대충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 한 매체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으려고 다른 관점의 자료도 함께 찾아보았다. AI가 만든 초안을 여러 번 고쳤고, 한국 독자에게 맞지 않는 외국 사례와 표현도 바꾸었다. 제목과 대표 이미지, 참고자료, 검색어까지 점검하다 보면 한 편을 완성하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리곤 했다.
그만큼 노력했으므로 내심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애드센스 심사 결과는 ‘저가치 콘텐츠’였다. 낭패감이 컸다. 공들여 쓴 글들이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새로운 소식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기 어려웠다. 글의 수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출처를 감춘 것도 아니었다. 사이트의 구조와 기술적인 문제도 찾아보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내가 아무리 새로운 소식을 빨리 찾아 소개하더라도 전문 뉴스 매체보다 빠를 수는 없다. 더구나 하나의 소식이 공개되면 수많은 사이트와 AI가 곧바로 비슷한 내용을 요약한다. 내용과 표현을 성실하게 다듬더라도 글의 출발점이 같으면 결과도 비슷해지기 쉽다.
여기서 ‘새로운 소식’과 ‘독창적인 글’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 공개된 정보를 전달하면 최신성은 갖출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나만의 글이 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이미 알려진 일이라도 직접 겪은 과정과 판단, 실패와 교훈이 담기면 다른 사람이 그대로 복제하기 어려운 글이 될 수 있다.
젊은 시절 무역업에서 얻었던 교훈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남보다 조금 빨리 같은 상품을 파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쉽게 대신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다.
AI가 글을 저절로 써주지는 않았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대1로 승리했을 때만 해도 AI가 오늘날처럼 일상과 직업의 문제로 빠르게 들어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2022년 ChatGPT가 공개된 뒤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AI가 사람의 일을 얼마나 대신할 것인지가 현실적인 논쟁이 되었다.
나도 AI를 이용하면 글을 쉽게 쓸 수 있을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가장 어려운 일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막혔다. AI에 ‘새로운 주제를 찾아 달라’고 하면 요청한 수만큼 후보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 주제가 한국 독자에게 필요한지, 지나치게 먼 나라의 이야기인지, 우리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까지 판단해 주지는 못했다. 어떤 날에는 제시된 후보 가운데 하나도 고를 수 없어, 내가 직접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주제를 결정하기도 했다. 검색은 AI가 해주었지만 선택은 결국 나의 몫이었다.
초안이 나온 뒤에는 더 많은 판단이 필요했다.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고, 과장된 문장을 걷어내고, 외국의 회사 문화를 한국의 현실인 것처럼 설명하지 않았는지 살펴야 했다. 한 기사의 표현과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면 저작권이나 독창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다른 자료와 반대되는 시각도 찾아야 했다.
AI가 초안을 빨리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하며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시간까지 합하면 반드시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AI의 생산성 효과는 업무와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고객상담 업무에서는 경험이 적은 직원이 큰 도움을 받았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익숙한 프로젝트를 다룬 숙련 개발자들은 AI를 사용했을 때 오히려 작업 시간이 늘어난 실험도 있었다. AI를 쓰면 누구나 무조건 빠르게 일하게 된다는 단순한 결론은 성립하기 어려울 듯하다.
내가 겪은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내 블로그의 애드센스 승인 거절은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그 일을 겪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새로운 AI 소식을 찾아 요약하는 데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전문 뉴스 매체와 속도로 경쟁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작업은 어느새 남보다 새로운 소식을 찾는 일에 매달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는 새로움만 좇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AI를 사용하며 실제로 겪은 일을 쓰려 한다. AI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글 쓰는 시간이 줄지 않았던 이유, AI가 글의 약점을 너무 많이 지적해 오히려 글쓰기가 어려워졌던 경험, 내가 생각하지 못한 자료를 AI가 찾아주어 글이 충실해졌던 과정도 솔직하게 기록할 생각이다.
AI가 틀린 원인을 확신에 차서 설명했던 일, 그 말을 믿고 엉뚱한 곳을 고치려 했던 일, 자동화가 도리어 사람의 확인 작업을 늘린 일도 숨기지 않을 것이다. 성공담뿐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도 함께 다루려고 한다.
이런 글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소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겪고 판단한 내용이 들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똑같이 쓸 수 없는 글은 될 수 있다.
AI 글쓰기는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기 때문에 비로소 내가 써야 할 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일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자신이 겪은 일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독자와 나누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오늘부터 그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려 한다.
korec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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