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된 로먼 우주망원경, 허블보다 1,000배 강력하다고?

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이 8월 30일 우주로 떠났다. “허블보다 1,000배 빠르다”는 설명도 따라붙었다. 자칫 모든 성능이 1,000배 향상됐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 뜻은 다르다. 로먼은 허블보다 훨씬 멀리 보는 망원경이 아니다. 비슷한 선명도로 훨씬 넓은 하늘을 빠르게 훑는다.
발사는 끝났지만 관측은 시작되지 않았다
로먼 망원경은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약 31분 뒤 로켓에서 분리됐으며 태양전지판과 햇빛가리개도 정상적으로 펼쳐졌다.
현재 로먼은 지구에서 약 160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지구 제2의 라그랑주점(L2)’으로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 우주선의 운동이 균형을 이루어 적은 연료로 안정된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이 부근에서 관측한다.
도착과 장비점검에는 약 3개월이 걸린다. 카메라를 켜고 보정시험까지 마쳐야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할 수 있다. NASA는 첫 영상을 2027년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발사는 성공했지만 과학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깊이보다 넓이를 택했다
로먼의 주경은 지름 2.4미터로 허블과 같다. 영상의 선명도도 허블과 비슷하다. 결정적인 차이는 한 번에 보는 하늘의 범위다.

로먼의 시야는 허블보다 최소 100배 넓다. 3억 화소 적외선 카메라에 18개의 검출기를 배열해 넓은 우주를 한꺼번에 촬영한다. 관측대상을 바꿀 때 필요한 준비시간도 줄였다. 같은 넓이를 조사하는 속도는 허블보다 최대 1,000배 빠르다.
따라서 “허블보다 1,000배 강력하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모든 성능이 1,000배 높아진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하늘을 조사하는 시간이 크게 짧아졌다는 뜻이다.
허블과 제임스 웹이 특정 은하나 천체를 깊고 자세하게 들여다본다면, 로먼은 수많은 은하와 별을 같은 기준으로 기록한다. 정밀사진 한 장보다 거대한 우주지도를 만드는 능력에 가깝다.
정찰용 거울이 우주를 향했다
로먼의 주경에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미국 국가정찰국이 보유하던 광학장비가 NASA로 이전됐고, 우주관측 목적에 맞게 표면과 형태를 다시 가공했다.
완성된 정찰위성을 우주망원경으로 개조한 것은 아니다. 주경을 활용했을 뿐 카메라와 관측장비, 우주선 본체와 통신체계는 별도로 개발했다.
주경에는 근적외선을 잘 반사하도록 매우 얇은 은을 입혔다. 무게도 같은 크기의 허블 주경보다 4분의 1 이하로 줄였다. 지상을 내려다보기 위해 개발한 광학기술이 암흑물질과 외계행성을 조사하는 눈으로 바뀌었다.
보이지 않는 우주의 지도를 그린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 않아 직접 볼 수 없다. 다만 질량이 크기 때문에 주변을 지나가는 빛의 경로를 휘게 한다. 로먼은 수억 개 은하의 모습이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비교해 암흑물질의 분포를 추적한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빠르게 만드는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로먼은 먼 은하의 거리와 초신성의 밝기, 우주구조의 변화를 측정해 팽창속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사한다.
외계행성 탐사도 맡는다. 별 앞을 지나는 행성과 중력에 따른 밝기변화를 관찰해 약 10만 개의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NASA는 예상한다.
별빛을 가린 뒤 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코로나그래프도 탑재했다. 그러나 지구와 같은 작은 행성을 곧바로 촬영할 수준은 아니다. 우선 목성처럼 큰 행성을 촬영하며 차세대 망원경에 적용할 기술을 시험한다.
하루 1.4테라바이트를 어떻게 읽을까
로먼은 하루 약 1.4테라바이트의 자료를 지구로 보낸다. 지금까지 NASA가 운용한 천체물리 임무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천문학자가 모든 영상을 직접 살펴볼 수는 없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밝기가 갑자기 달라진 별과 초신성 후보, 움직이는 천체, 특이한 은하를 먼저 골라내야 한다. 일반 시민이 자료분류에 참여하는 시민과학도 활용된다.
관측자료는 처리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소수 연구진이 독점하지 않고 세계 연구자들이 같은 자료를 동시에 분석한다. 망원경 한 대의 능력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거대한 공개자료와 인공지능, 세계 연구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허블은 우주의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다. 로먼은 그 장면과 장면 사이를 메우며 전체 지도를 그린다. 더 강한 눈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가 이번 망원경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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