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무단 수집을 글꼴로 막는다…‘ShieldFont’의 기발한 실험

인터넷에 공개한 글은 사람만 읽는 것이 아닙니다. 검색엔진이 읽고 각종 자동수집 프로그램도 읽습니다. 최근에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크롤러가 웹사이트의 방대한 글을 수집하면서, 창작자의 콘텐츠를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막기 위해 뜻밖의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방화벽도, 암호화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글꼴(font)입니다.
사람과 AI가 다른 글을 읽는다
최근 Ars Technica가 소개한 ShieldFont는 Isaque Seneda와 Gabriel Abrucio가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입니다.
원리는 흥미롭습니다. 사람이 웹페이지를 브라우저에서 보면 작성자가 의도한 정상적인 문장을 읽습니다. 그러나 HTML의 글자를 직접 가져가는 AI 수집 프로그램은 다른 단어가 섞인 문장을 가져가게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화면에서는 ‘horse(말)’를 읽는데, 수집된 데이터에는 ‘potato(감자)’처럼 전혀 관계없는 단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람과 AI가 같은 웹페이지에서 서로 다른 글을 읽게 만드는 것입니다.
비밀은 글꼴에 있다
핵심에는 OpenType 글꼴의 GSUB(Glyph Substitution) 기능이 있습니다.
GSUB은 원래 특정 문자 조합을 다른 글자 모양으로 표시하는 데 사용하는 기능입니다. ShieldFont는 이 기능을 색다르게 이용합니다.
HTML에는 바뀐 단어를 넣어 놓고 ShieldFont가 적용된 브라우저 화면에서는 사람이 원래 단어를 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글꼴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고 HTML 문자만 수집하는 프로그램은 바뀐 단어를 가져갑니다.
ShieldFont 개발진은 약 1만2천 개 단어를 대상으로 이러한 치환체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개발진의 실험에서는 처리된 페이지 상당수가 조사 대상 AI 데이터 수집 시스템의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AI를 막을 수 있을까
여기서는 과장을 경계해야 합니다.
ShieldFont가 모든 AI 크롤러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진도 그렇게 주장하지 않습니다.
정교한 수집 프로그램이 글꼴 파일까지 내려받아 분석하면 치환관계를 역으로 찾아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브라우저처럼 페이지를 렌더링한 다음 결과를 읽거나, 화면을 이미지로 만들어 OCR이나 시각 AI로 분석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ShieldFont는 철벽 같은 차단장치라기보다 무단 대량수집의 비용과 난이도를 높이는 기술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웹사이트가 각기 다른 치환방식을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 데이터 수집자가 사이트마다 이를 분석하고 복원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동수집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검색 노출에는 위험하다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해서 일반 블로그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검색엔진입니다.
AI 크롤러뿐 아니라 Google 같은 검색엔진도 HTML의 내용을 읽습니다. ShieldFont 개발진 역시 검색엔진이 원래 문장이 아닌 치환된 문장을 색인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검색 노출이 중요한 콘텐츠에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복사·붙여넣기와 페이지 내 검색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화면낭독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한 접근성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AI가 글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려다가 정작 Google에서도 자신의 글을 제대로 찾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다
따라서 ShieldFont를 당장 모든 웹사이트가 사용해야 할 기술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우회 가능성이 있고 검색 노출과 접근성이라는 대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던지는 질문은 흥미롭습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는 사람이 보는 문장과 컴퓨터가 읽는 문장이 기본적으로 같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ShieldFont는 바로 그 전제를 깨뜨립니다.
AI가 공개된 인터넷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제 웹사이트 운영자는 “누가 내 글을 읽는가”뿐 아니라 “사람과 기계에게 반드시 같은 정보를 보여주어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문제까지 생각해야 하게 됐습니다.
ShieldFont의 실용성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AI 시대에 콘텐츠를 보호하는 방법이 단순한 금지표시를 넘어 기술적 대응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실험입니다.
참고자료
- Ars Technica — New font turns ordinary webpages into nonsense for AI scrapers
https://arstechnica.com/ai/2026/08/new-font-turns-ordinary-webpages-into-nonsense-for-ai-scrapers/ - ShieldFont — Official White Paper
https://shieldfont.com/white-paper/ - ShieldFont GitHub Repository
https://github.com/isaqueseneda/shield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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