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있는데 가수는 없다 — 스포티파이가 ‘AI 가수’를 표시한다

노래를 듣다가 가수의 얼굴이 궁금해 검색했다. 앨범 표지에는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이 있고 이름과 소개문도 있다. 그런데 공연기록도, 인터뷰도, 실제 활동 모습도 없다. 나중에야 이 가수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만든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공지능으로 음악을 만드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달라진 점은 음악뿐 아니라 가수의 얼굴과 이름, 경력까지 만들어 실제 사람처럼 내세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8월 11일 이러한 계정에 ‘AI Persona’ 표시를 붙이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말로는 실제 사람이 아닌 ‘AI로 만든 가수 인물’이라는 뜻이 된다. 표시가 붙은 가수의 음악은 원칙적으로 맞춤 추천에서도 제외된다.
음악보다 먼저 문제가 된 것은 ‘누가 불렀나’였다
스포티파이가 이번에 구분하려는 대상은 단순히 AI를 이용해 만든 음악이 아니다.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사진과 이름을 사용하지만 그 뒤에 해당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 가수 계정이다.
오늘날 음악 소비자는 노래만 듣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수의 이야기와 활동, 공연, 성장과 실패까지 모두 추적하며 음악과 함께 소비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도 팬과 가수의 관계는 음악 못지않게 중요한 상품가치를 만든다. AI로 만든 가수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팬의 관심을 모은다면 음악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신뢰 문제가 생긴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가 실제 사람으로 생각했던 가수가 나중에 AI로 만든 인물임을 알게 되는 상황을 막겠다고 설명했다. AI 음악을 없애겠다는 조치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가수의 정체를 미리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AI 가수와 AI를 이용한 실제 가수는 다르다
‘AI Persona’ 표시는 음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가수로 내세운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나타낸다. 실제 가수가 작곡이나 편곡, 목소리 보정에 AI를 이용했다고 해서 AI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노래 제작에 여러 사람이 참여했더라도 대중 앞에 내세운 가수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면 AI Persona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한국의 가상 아이돌이나 만화형 캐릭터 가수에도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스포티파이가 우선 살피겠다고 밝힌 대상은 이름과 사진을 통해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사실적인 AI 인물이다. 처음부터 가상 캐릭터임을 밝히거나 실제 연기자와 제작진의 존재를 공개한 가수를 모두 AI Persona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음악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장치는 별도로 마련된다. ‘AI Credits’는 제작자가 작곡·편곡·연주·목소리 생성 등의 어느 과정에 AI를 이용했는지 공개하도록 하는 표시다. ‘SongDNA’는 가수와 작곡가, 연주자, 제작진 등 한 곡에 참여한 사람과 작업의 관계를 보여주는 정보다.
두 정보를 함께 보면 실제 사람이 맡은 작업과 AI가 관여한 작업을 구별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인간과 AI의 기여도를 정확한 백분율로 계산해 보여주는 제도는 아니다. “사람이 70%, AI가 30% 만들었다”는 식의 수치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AI 가수임을 스스로 밝히거나 스포티파이가 판정한다
가수나 음반사는 가수 전용 계정관리 서비스인 ‘Spotify for Artists(가수를 위한 스포티파이)’를 통해 해당 계정이 AI 가수를 내세우고 있음을 직접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스포티파이는 이러한 자진공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청취자를 확보한 계정부터 이름과 사진 등 공개된 정보를 검토한다. 실제 사람이 아닌 사실적인 AI 인물을 가수로 내세운 계정이라고 판단하면 스포티파이가 직접 AI Persona 표시를 붙인다.
스포티파이의 판단으로 표시가 붙으면 해당 계정 운영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운영자는 AI Persona임을 인정하거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용자가 AI 가수로 의심되는 계정을 신고하는 기능도 마련할 예정이다.
AI Persona 표시는 9월 중순부터 가수 소개와 검색결과, 재생목록의 노래 옆에 나타난다. 표시를 누르면 가수가 스스로 AI Persona라고 밝혔는지, 아니면 스포티파이가 검토해 판단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추천에서 빠진다는 것이 더 큰 변화다
눈에 보이는 표시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추천 방식이다. 스포티파이는 AI Persona의 음악을 편집자가 만든 재생목록과 자동 맞춤 추천에 원칙적으로 넣지 않기로 했다. 이용자가 해당 AI 가수를 직접 찾아 듣거나 팔로우한 경우에는 추천될 수 있다.
이는 AI 가수의 활동을 금지하는 조치가 아니다. AI 가수도 음악을 공개하고 청취자를 만날 수 있다. 다만 실제 가수와 똑같은 조건으로 자동 추천을 받지는 못한다. 이용자가 선택할 자유는 남겨두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AI 가수의 노래를 실제 가수의 음악 사이에 아무런 설명 없이 넣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AI 얼굴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정할 것인지, 잘못 표시된 계정의 이의제기를 얼마나 공정하게 처리할 것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실제 사람이 AI를 광범위하게 이용한 경우와, 사람이 만든 듯 행동하는 AI 가수 사이의 경계도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
AI 가수를 어떤 문화상품으로 유통할 것인가
AI로 만든 노래가 듣기 좋을 수도 있고, 가상의 가수가 새로운 대중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실제 사람이 아닌 AI 가수를 실제 가수와 어떻게 구별해 상품화하고 유통할 것인가에 있다.
AI 가수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그 특성을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판매하는 것과, 실제 사람처럼 꾸며 기존 가수와 같은 방법으로 팬을 모으고 광고수익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새로운 창작형식이 될 수 있지만, 후자는 소비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새 표시는 AI 음악의 예술성을 평가하지 않는다. 노래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정하는 것도 아니다. 대중 앞에 내세운 가수가 실제 사람인지, AI로 만든 인물인지를 먼저 구별한다.
앞으로 음악 서비스의 경쟁력은 더 많은 노래를 추천하는 능력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누가 만들었고, 실제 사람이 어느 작업에 참여했으며, 가수로 내세운 인물이 존재하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AI 가수를 상업화하려면 좋은 음악뿐 아니라 소비자가 그 정체를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당한 표시가 요구된다.
Q&A
Q1. AI를 이용해 노래를 만든 가수는 모두 AI Persona인가요?
아닙니다. AI Persona는 음악 제작방식이 아니라 공개된 가수의 정체가 실제 사람인지에 관한 표시입니다. 실제 가수가 AI를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도 AI Persona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Q2. AI Persona의 음악은 스포티파이에서 사라지나요?
사라지지 않습니다. 직접 검색하거나 해당 계정을 팔로우해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기본 맞춤 추천과 편집 재생목록에서는 제외됩니다.
Q3. 한국의 가상 아이돌도 모두 AI 가수에 해당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캐릭터임을 명확히 밝히거나 실제 연기자가 있는 가상가수와, 실제 사람처럼 꾸민 AI 인물은 구분해야 합니다.
korec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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